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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대학생들이 공부를 안 한다고 하지만, 고시공부를 하는 법대생들의 경우에는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방학 때 한국의 법대도서관과 독일의 법대도서관에 가보면 곧 알 수 있다. 독일의 법대생들은 대부분 휴가를 떠났지만, 한국의 법대생들은 평소와 별 다름이 없고 도서관에 나오지 않는 학생도 대부분 고시공부를 위해 신림동에 간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국의 법대정원이 1만 명 정도인데 비해 독일의 웬만한 법과대학 하나의 학생수가 수 천 명에 달하는 사실을 비교해보면 우리 법대입학생들이 독일의 학생들보다 자질이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더 우수한 자질의 학생들이 대학기간 중 더 열심히 공부하였으므로 당연히 한국의 법대졸업생이 독일의 법대졸업생보다 더 우수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이다. 가중 중요한 원인은 사법시험제도와 그에 따른 법학교육의 차이 때문이다.


  한국의 법대생들과 독일의 법대생들이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을 보면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의 학생들은 자기만의 좁은 공간에서 한권의 책으로 공부하는 데에 비해, 독일 학생들은 넓은 책상에서 여러 가지 책과 논문들을 펴놓고 공부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법시험제도의 차이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사법시험제도는 내용을 암기할 것을 요구하고, 독일의 사법시험제도는 종합적 사고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제도는 법학교육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잘못된 사법시험제도가 있으면 정상적인 법학교육은 불가능하다.


  사회에서 어떤 법적 문제를 법전 하나 놓고 한 시간에 해결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행 사법시험제도는 이런 방법으로 합격자를 선발한다. 학생들은 책만 펴면 알 수 있는 내용들을 암기해야 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 주관식 답안을 채점해 본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이전에 채점한 답안을 다시 채점한다면 점수가 일치하는 답안이 몇 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느낀다. 그렇지만 단 1점 차이에 수십 명의 합격여부가 좌우되는 선발시험에서 주관식 평가방법을 택하고 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과 별 다를 바 없다.


  이러한 시험방법으로는 국민에게 품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법조인들을 배출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의 로스쿨 대안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하나도 해결해줄 수 없고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다. 이 보다는 우리 현실을 직시하여 사법시험제도와 법학교육의 개혁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 법률신문 2005년 8월, 한양대학교 법과대학 오영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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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eritz